스토브 게임잼
스토브 게임잼이 계속 열리는 건 알고 있었는데 참여는 못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타이밍이 잘 맞아서 신청하게 되었다. 아주 예전에 스토브 온라인 게임잼 초반을 함께 했었어서 익숙한 얼굴이 조금 보였다. 반가웠지만 부끄러웠기에 조용히~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철저한 거리두기 게임잼이다. 오프라인 게임잼이 철저하게 자는 얼굴까지 공개한다면, 여기는 목소리조차 공개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을 수 있다. (캠, 마이크 사용이 권장이긴 하다.) 단, 혼자 있기 때문에 작업할 때 조금 외롭다.
스토브 인디 커뮤니티: 온라인 게임잼을 온라인 게임잼 참가자들의 참가작이 다수 올라와있다. 우리팀 후기글도 여기 올라가있다.
인트로
인트로는 게더에서 진행했다. 코로나 이후로 참 많이 쓰는 플랫폼이다. 이런 식의 웹 모임은 온라인 공간에 있어도 함께 있다는 인상을 잘 주는 것 같다. 나도 대학생 때 소학회 개총을 게더로 열었었는데 그 때 기억도 나고 좋았다. 도란도란😆
테이블 별로 모여서 대화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 초반엔 캠을 켰는데 아무도 안 켜길래 뻘쭘해져서 말을 안 할 때는 나도 끄고 있었다…
자기 소개 페이지를 만들어서 서로서로 구경하며 놀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떠드는 분들이 많아서 재밌었다. 자기 얘기를 할 자리가 별로 없기도 하고, 팀원 소개를 조금 더 쉽게 만들어주는 시스템인 것 같다.
팀빌딩
주제는 The End
였다.올해 마지막 게임잼이기 때문에 주제가 그렇다고 한다. 올해 쭉 스토브 게임잼을 참여해온 사람들에겐 인상 깊은 주제였을 것 같다.
게임과 End를 같이 두고 보니 자연스럽게 멀티 엔딩 게임이 떠올라서 비슷한 기획이 많을 것 같았지만! 다들 굉장히 톡톡 튀는 게임 기획을 가지고 오셨다.😮
기획서를 작성한 분들은 기획 발표 이후 테이블을 하나씩 부여받았다. 개발에만 참여하는 사람들은 기획 테이블에 가서 추가적인 질의를 한 뒤에 팀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모든 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고 테이블이 금방 차서 전부 들어보지는 못했다.😳 (생각보다 프로그래밍 직군이 많았고 생각보다 초기 셀렉이 많았음.)
그래도 기획 발표 시간이 충분했었고, 기획서가 다 알로에 업로드 되어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기획
내가 참여한 기획은 이 기획이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난 가장 먼저 멀티 엔딩이 떠올랐기에 스토리 게임을 하고 싶었다. 머리로는 막 엄청난 걸 그려봤지만 기획으로 출력이 안 되어서, 비슷한 기획을 찾고 있었는데 딱 발견! 기획 컨셉이 너무 마음에 들었었다. 끝과 후회는 너무 잘 어울리는 단어인 것 같다.
마침 아트 분도 계셔서 (두번 말하지만 프로그래머가 정말 많았다.) 팀이 완성되기 직전이었다. 두번쨰로 테이블에 방문했을 때 다같이 손잡고 팀 채널(디코)을 받으러 운영자분께 갔다.
여성분들만 모이기 쉽지 않은데 우연히 이렇게 되어서 팀명에서 강조해보고 싶었다. 머릿속에 소녀시대말고 아무것도 안 떠올라서 막 던졌는데 채택됐다. 옴마🤭
개발
아직 게임 플레이가 기획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첫 날은 세팅하면서 가볍게 보냈다. 그러나 게임 볼륨은 생각보다 컸다… 게다가 디스코드 덕분에 안그래도 느린 노트북이 죽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로딩도 너무 오래 걸렸다
시트를 통해서 제어하고 싶었기 때문에 구조 욕심을 조금 냈다. 모든 데이터를 시트로 읽어올 수 있게해서 확장성을 챙기고 싶었는데, 2박 3일은 콘텐츠를 불리기엔 짧았다. 시나리오 조립이 꽤 시간을 잡아먹었다.
게다가 시트가 정말 많았다. 시나리오, 아이템, 엔딩, 오브젝트, 이벤트 모두 시트로 관리했는데 GUI나 파서를 짤 시간은 없어서 날 것으로 작업을 부탁드렸다. 싱크 맞추는 시간도 적진 않았다. IDE는 나에게만 편한 편집기였다…🥺
그래픽과 시나리오가 없는 날 것의 모습이다. 여기서 구조적으론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챕터 별로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 있고, 다양한 선택지 조합으로 엔딩을 바꿔가는 방식이다.
결과
타이틀은 처음에 정한 The End를 그대로 유지했다. 죽음과 일기장을 조합해서 데스노트로 제목을 바꾸자는 의견이 반짝 나왔다가 들어갔다.🤩
게임에서 사용되는 인벤토리 창이다. 디테일 정보를 어떻게 띄울까 고민만 하다가 끝나서 아이콘과 개수만 표시된다. 아이콘에서 쓰는 아이템 ID가 시트와 달라서 깨지는 바람에 첫 빌드의 가방이 난리가 났었다.🥹 통일을 진작에 했었어야했는데 바쁘게 진행하며 놓쳤었다.
이렇게 제작한 결과물은 스토브에서 통합하여 시연 방송으로 소개한다. 시연을 꼼꼼하게 해주셔서 다른 팀의 게임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좋았다. 개별 시연회도 장점이 있지만, 이렇게 게임 방송을 보는 식의 시연은 부담이 적어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짧기도 길기도 했던 게임잼이 끝났다. 플레이 영상은 아래 첨부한다.
1, 3챕터 플레이 밒 부모님 엔딩 영상이다.
후기
이번 게임잼은 체력을 탕진하지 않고 설렁설렁 하고 싶었으나… 36시간을 넉넉하게 생각하고 작업했는데 시간 계산에 장렬히 실패… 초반에 다듬어가며 천천히 작업한게 후반에 엄청난 눈덩이가 되어 돌아왔다. 커밋로그가 당일에 개판나버렸다. 그것 때문에 이 부분 쓰면서 아직도 이걸 퍼블릭으로…열어…말어…의 고민 중이다.
게임잼 자체가 꼼꼼했지만 전체적으로 느렸다. 루즈했다기보다 게임 개발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실질적으로 적었다는 느낌이다. 초반에 들인 예산이 컸던 것 같다. 다음엔 좀 더 즐기려는 마인드로 접근해야겠다. 볼륨 측정도 잘 하고 포커싱도 좀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쓰고나니 후회만 하는 것 같은데, 아니다! 재밌게 즐겼다! 팀원분들 다들 자기 파트를 열심히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다음에도 타이밍이 잘 맞으면 참가하고 싶다. :P
+
너무 맛있게 잘 먹은 보급 키트. 게임잼 시작 전 뜯지말라는 문구를 못 보고 소세지를 꺼내먹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