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분석해보고자 하는 게임은 아는 분의 추천때문에 잡게 된 게임이다. 상점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만 보아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바로 게임을 결제하였다. 플레이가 단조롭고 퍼즐고 복잡하지 않지만, 분명히 게임 오버가 존재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순수 힐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인디 감성이 짙은 플랫포머 퍼즐
게임이다.
기본 시스템
코어시스템
모든 기능이 몇가지 기능으로 이루어져있는 데다가 하나하나가 정말 단순하다. 게임의 코어 플레이가 전부이기 때문에 ‘코어 플레이’가 게임의 재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집중하며 플레이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레벨디자인이 유저가 학습하기 편하게 잘 짜여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은 ‘배’ 안에서 보내게 된다. 배는 이동버튼
연료통
스팀버튼
연료를 걸어두는 곳
불을 끄는 손잡이
수리하는 손잡이
앞 뒤의 손잡이
바닥에 있는 것을 주워주는 청소기
돛
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 반은 버튼을 통해서, 반은 손잡이를 통해서 조작한다. 결국 따지고 보면 버튼
과 손잡이
로 모든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이다.
버튼을 누르면 무언가가 동작한다는 룰과, 손잡이를 잡아당겨서 어딘가에 걸 수 있다는 룰은 이 게임에서 절대법칙이다. 모든 버튼과 손잡이는 이 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 게임에서 난이도는 버튼과 손잡이를 필요할 때
필요한 곳
에서 필요한 만큼
사용하겠다는 고민의 조합으로 나타난다.
게임에서 하는 모든 행위는 이동 > 점프 > 버튼 클릭
혹은 이동 > 손잡이 잡기 > 당기기 > 걸기
의 절차를 응용하게 된다. 이런 식의 디자인은 간결에서 이해하기 좋지만, 이동, 점프, 버튼클릭, 손잡이잡기등 단일 행동에 즐거움이 가미되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수준으로 게임을 지루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에서는 버튼클릭음 같은, 계속 듣고 싶어지는 찰칵소리, 버튼이 꾹 눌러져 고정되는 소리와 같은 사운드 피드백이 즐거움을 더해주었다고 느꼈다. 적절한 사운드 덕분에 단일 행동을 반복함에도 지루함을 덜 느끼도록 하였다. 예술적으로 연구가 많이 된 게임이다.
UI
게임 화면 캡쳐를 보면 알 수 있듯, 흔히 말하는 게임과 플레이어 사이에 존재하는 UI 막은 없다. 대신 정보 전달을 오브젝트를 통해 하였다. 연료통은 찰랑거리는 액체통으로 보여주며, 작동에 대한 설명은 표지판등으로 대신하였다. 튜토리얼광 안내, 정보전달을 오브젝트 내에 함축시켜두었다.
이 외에 들어가야할 잡다한 정보는 없기 때문에 여기서 볼 수 있는 UI는 옵션창과 맨 처음의 버튼 안내 뿐이다.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을 잘 선택한 것 같다. 덕분에 더욱 여행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응용 시스템
퍼즐 난이도
다음은 재밌다고 여겼던 배 밖의 퍼즐들이다. 모두 기본 시스템의 조합으로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버튼을 눌렀을 때는 아무 일도 없거나
, 좋은 일이 생기거나
둘 중 하나였기 때문에 보이면 우선 눌러보고 고민해도 되었다.
위처럼 버튼과 손잡이 중에서 하나만 신경써도 되는 퍼즐부터 시작하여 둘의 단순 조합
, 여러가지를 섞은 복합 조합
, 배와 외부 플랫폼을 모두 사용하는 조합
으로 난이도가 상승한다. 조합은 차례로 등장하였기 때문에 난이도가 상승한다는 기분을 크게 받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몇몇개의 퍼즐을 제외하고는 쉬웠다. 그러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재미있는 난이도의 상승을 잘 내보인것 같았다.
변화요소
어느정도 플레이가 익숙해진 순간에, 게임은 새로운 변화요소를 주었다. 플레이적 새로움은 위에서 몇 번 설명했다시피 없다. 여기서는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어 조작에 시간제한
을 주거나 배를 고장내어 원래 이용하던 기능에 장애
를 주었다.
배에 강한 충격이 오면 배의 일부가 망가져서 불을 끄거나 수리를 해야한다. 이는 위에서 설명해준 시스템인데, 방식은 간단하다. 상단의 소화 호스나 수리기 손잡이를 잡아 끌고와서 적절한 곳에 조준해주면 된다. 주로 멈춰야할 때 못 멈추고 들이받아 버릴때 일어나는 이벤트인데, 나는 멈추는 것이 귀찮아 들이받고 고친 후에 퍼즐을 푸는 방식으로 게임을 했다. 그만큼 배의 파손은 부담되지 않는 요소였다.
그러나 우박이 내리자, 우박에 배는 부서지기 때문에 빨리 가야하고, 부서진 곳을 수리하기도 해야하고, 조작에 시간제한이 생겨버렸다. 무엇 하나를 포기하면 게임을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평화로움 속에서 잠깐 분위기 환기가 되었다. 이 뒤로 편하게 항해하던 중에도 패드를 쉽사리 내려놓을 수 없었다. 날씨가 변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는 엔딩직전, 화산이 분화하는 장면에서 굉장히 긴장하도록 만들었었다. 앞으로 질주하면서 연료를 채우기 급급해졌지만, 날아오는 돌덩이가 어디에 부딪힐지 모른다는 생각에 시선이 분산되었었다.
변화요소가 등장한 시점에서, 더 이상의 콘텐츠가 등장하지 않아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플레이어 스스로가 변화요소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리소스 추가 없이 콘텐츠 추가를 성공적으로 해낸 디자인이다.
그래픽
색
위에서 게임 시스템을 설명하며, 버튼과 손잡이를 축으로 게임이 디자인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배경에 스토리를 담아내는 방식의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눈이 사물만 쫓으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오브젝트(가령 버튼이라던가)는 붉은색을 공통되게 사용하였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배 맨위의 깃발의 경우, 돛을 펼치지의 여부에 가장 큰 관여를 하기 위해 눈에 잘 들어오는 붉은색을 사용하였다. 결국 게임을 진행하면서 튜토리얼 마저도 필요없을 정도로 붉은색에 집중하게 만든다.
게임에서 중요한 것들은 바로 눈에 보일 것을 알기 때문에 평소에는 배경을 보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붉은색은 감상의 여유를 만들어주었다. 게임을 다 즐긴 후 전체적인 모습이 기억에 남는 것도 이런 연출이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형태
이름은 항해인데, 배경은 육지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이 자동차를 배
라고 불렀으며,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 이유는 모두 배의 디자인에 있다. 배는 딱 보아도 알 수 있다시피 고래
의 형태를 띄고 있다. 고래는 바다에 사는 생물로, 이동하는 모습이 땅위를 굴러간다는 느낌보다는 땅 위를 수영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바퀴에 달려있는 연료통은 고래의 눈 부분에 위치하고 있으며, 생기있는 색의 연료와 아닌 배경 색상을 통해서 연료가 부족하면 바로 생기 없어보이도록 만들었다. 고래는 생물이기 때문에 눈의 생기가 연료의 유무와 연결되어 보여지는 것이다. 게다가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정보 노출의 값어치를 한다.
후기
단순명료한 게임을 원한다면 이런 게임을 원하는 것 아닌가싶다. 몇가지 안되는 코어기능으로 이 정도의 스케일을 디자인해냈다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질 뿐이다.
게임을 하는 동안, 퍼즐게임에 서툰 편이라 고민하게 되는 몇몇 구간이 있었긴 했었다. 그 순간도 즐겁게 임했다고 말하고 싶다.
플레이하는 동안 정말 즐거웠다. 이 팀이 새 게임을 낸다면, 소식을 접하는대로 플레이를 결심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