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대사'와 '대화창'

2020년 0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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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Analysis

요근래, 대사가 많은 게임을 하면서 문득 대사 표현 방식이 게임마다, 장르마다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졌다.

일러스트가 강조되는 게임은 대사를 감싸는 창이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고, 영화처럼 꾸며둔 게임은 입모양을 보여주며 하단에 자막처럼 띄워주는 경우가 많았다. 텍스트가 많지 않고 그래픽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임들은 크게 대사창에 신경쓰기 보다는 게임 전체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소박한 느낌의 디자인이 많던 것 같다.

~같았다로는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서 이번 궁금증을 빌미삼아 케이스를 몇가지 다뤄보고자 한다.

(PC, 게임기기의 패키지 게임을 위주로 분석하였다. 모바일 게임은 UI로 함께 묶기에는 차이가 커서 제외하였다.)

목차

  • 게임에서의 대사
  • 대화창의 구성
    • 말풍선만 있는 방식
    • 말풍선과 화자가 텍스트로 표시되는 방식
    • 말풍선 안에 캐릭터가 표시되는 방식
    • 고정대화창과 화자가 텍스트로 표시되는 방식
    • 고정대화창에 캐릭터가 표시되는 방식
    • 영화 자막과 같은 방식
    • 의도에 맞게 섞어쓰기
  • 막간으로 사운드

게임에서의 대사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은 정말 많다. 그래픽 오브젝트만으로 전달하는가 하면, 대사로 조곤조곤 다 전해주기도 하고, 일기장과 같은 간접적인 인쇄물을 게임 내에 배치하여 전달하기도 한다. 그 중 대사는 명확함과 간접적임을 쉽고 확실히 넘나들 수 있는 전달 방식이다.

게임에서의 대사는 반강제적으로 유저에게 전달되며, 스토리를 전달 할 수 있는 전달력 또한 높다. 간접적으로도 전달이 가능하며, 곧이곧대로 직접적인 설명 또한 대사의 힘을 빌리면 가능하다.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대사를 활용한 경우가 하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많은 이유도, 그만큼 대사가 감정과 정보 전달에 용이해서라고 생각한다.

대화창의 구성

대사는 말하는 사람, 말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화자의 이름과 대사만을 띄워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대사 표현 방식이다. 명확하며 간단하고 리소스도 크게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자원으로만 고려했을 때 가장 좋다.

그러나 위의 고민을 하기에는 지금은 너무나 시대가 발전했다. 예전에는 도트 색 하나 늘리는 거에 고민이 컸던 시절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세상은 한 두개의 자원을 아끼기 보다 질을 올리는 것에 신경써도 괜찮을 정도로 후해졌다. 덕분에 위에서 말한 대화의 구성에 감정이 추가되었다.

게임의 대사는 결국, 누군가가 이런 말을 이 감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다

말풍선만 있는 방식

Slay the Spire

위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시작 화면이다. 이 게임은 화자쪽으로 말풍선 꼬리를 그려주는 방식으로 화자를 표현하였다. 감정은 말풍선의 형태와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드러나지만, 대사가 큰 비중이 아니기 때문에 라이트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Enter the Gungeon

엔터더 건전은 쿼터탑뷰 게임이다. 대화 박스의 색이 배경과 비교해 굉장히 밝고 깔끔하여 텍스트가 눈에 잘 들어오도록 디자인 되어있다. 게다가 게임이 굉장히 역동적이기 때문에 이보다 많은 요소가 섞여있었다면 어지러웠을 수도 있다. 말풍선만을 사용하여 대사를 깔끔하고 정확하게 잘 전달한 케이스라고 본다.

말풍선과 화자가 텍스트로 표시되는 방식

위 예시처럼 말풍선의 꼬리를 통해서 화자를 지칭하는 방법은 만화에서도 많이 쓰인다. 그러나, 만화와 달리 작은 오브젝트들을 원경에서 보는 바람에, 말풍선 꼬리를 쫓기 힘들 수 있다. 텍스트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주면서, 화자를 정확히 다시 한 번 짚어주는 방법으로, 화자의 이름을 적어주는 방식이 있다.

To the Moon

투더문은 유명한 스토리성 게임이다. 걸어다니며 퍼즐을 푸는 것이 게임의 주 플레이이지만, 진짜 재미는 스토리에서 보여준다. 이 게임은 읽는 것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래픽으로 화자를 확실히 보여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본다. 이름이 확실히 써있기 때문에 글로만 눈이 따라가도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텍스트에만 집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투더문도 스토리가 금방 몰입감이 생기도록 잘 만들어져있지 않았더라면, 이 방식으론 한계에 부딪혔을 지도 모른다.

말풍선 안에 캐릭터가 표시되는 방식

대사를 이용하면 말을 하는 캐릭터의 힘을 빌릴 수 있다. 화자가 잘못 전달해주며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갈 수도 있는가 하면 모호한 전달로 고민을 하게끔 유도할 수도 있다. 캐릭터의 말투와 주인공과의 친밀감 등에 같은 상황이어도 대사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유저 입장에서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생기는 정보의 부족함도 받아들일 수 있다. 정보의 양과 질을 캐릭터에 기대어 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감정이 곧이곧대로 드러나야 한다. 그 중 자원이 가장 적게 드는, 말풍선 안의 정적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Angels of Death

살육의 천사는 말풍선 안에 캐릭터의 얼굴이 뜨며, 이 그림은 캐릭터 감정에 따라 달라진다. 눈모양과 입모양이 바뀌는 정말 간단한 방식이지만 텍스트만 뜨는 것보다 대사 전달력이 좋다. 한 컷의 이미지로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과 상황, 대사가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이 방식은 캐릭터가 많아질수록 어렵기 때문에, 적은 캐릭터끼리 진행되고 비교적 이름을 외우기 쉬운 경우가 아니라면 이름을 함께 써주는 것이 좋다.

고정대화창과 화자가 텍스트로 표시되는 방식

말풍선이 캐릭터의 위치를 따라간다면, 고정 대화창은 늘 같은 곳에 떠있는다. 고정대화창은 화자를 가리키는 말꼬리 사용이 어렵기 때문에 화자의 이름이나 그림을 함께 띄워준다. 화자의 이름을 텍스트로 띄워주는 방식에 대해서 먼저 보자.

Hollow Knight

할로우나이트는 정보를 안고 있는 대사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텍스트에 더 집중하게 된다. 말을 걸기 위해서 해당 캐릭터까지 걸어가야 하며, 해당 캐릭터의 대사만이 나온다. 거기에 더해 대화 중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이 재생되고,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화자를 바라본다.

화자가 명확한 데에다가, 화자를 여러번 보여줌으로 상단에 대사만을 표시해도 충분히 불편함이 없다.

좌측 아래의 이름은 위의 텍스트보다 크기가 크지만 비교적 눈길을 끌지 않는다. 이름은 박스에 넣지 않았고, 구석에 배치하였다. 가로 비율의 게임을 하는 사람의 눈이 중앙으로 간다고 보았을 때, 참 조용히 배치되어있다. 마치 게임의 맵 소개나, 보스의 이름 소개와도 같게 필요할 때만 읽기 좋다.

Dungreed

던그리드 또한, 말을 하기 위해 화자까지 가야하며, 그의 대사만이 나온다. 이름에 집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결국 대사에만 신경 쓰면 된다. 이름은 대화창의 포인트 컬러와 비슷하게 사용하여 대사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무시할 수 있는 비중이다. 필요할 때만 읽기 편하게 생겼다.

동물의 숲

동물의 숲은 대화를 시작하면 대화의 주체를 중심으로 카메라가 고정된다. 필요없는 부분은 블러처리로 날려주기 때문에 화자에만 집중하기 좋다. 캐릭터의 이름 박스는 캐릭터 메인컬러로 지정되기 때문에 더 잘 와닿는다.

간결한 대사가 곧이곧대로 표현되며 캐릭터가 직접 감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

포켓몬스터에서 비중이 있는 대화에는 카메라 연출이 함께 들어간다. 명확하게 스토리용 대사와 게임 플레이에 도움을 주는 대사를 나눠두었다. 위는 스토리용 대사이며, 연출에 맞춰서 카메라가 이동한다.

이름이 없어도 누구의 대사인지가 명확하며, 캐릭터의 감정 또한 잘 드러난다.

고정대화창에 캐릭터가 표시되는 방식

대화 대상을 화면 가득하게 보여줌으로써,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페르소나5

캐릭터의 이미지가 UI 창에 함께 나타나는 방식은 스토리가 주이면서도, 캐릭터가 강조되어야할 때 사용된다. 페르소나는 캐릭터가 말하는 이미지에 애니메이션까지 더해서 보다 만화영화를 시청하는 느낌을 준다.

잘 만든 UI로 꼽히는 페르소나는 이 대화창뿐만 아니라, 말을 끼어드는 순간에 별도의 연출이 들어가며, 여러명이 대화를 진행하는 왁자지껄함이 고스란히 보인다. 거기에 더해 UI 아래에 있는 게임화면에서도 캐릭터들이 말을 하며 움직이기 때문에 대화를 제대로 읽지 않고 넘겨도 큰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짐작이 간다.

영화 자막과 같은 방식

영화와 같은 방식은 3D게임에서 자주 보인다.

어쌔신크리드 오딧세이

3D 게임 중에서도, 영화와 같은 연출을 목표로 한 게임들이 이런 모습을 많이 보인다. 대부분의 웰메이드 실사 3D게임들은 이 방식을 채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임의 화면이 영화를 닮아가기 때문에 생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3D 실사 그래픽 게임은 캐릭터의 표정의 디테일, 다양한 카메라 구조를 지향한다. 멋지게 바뀌는 장면들에서 대화 박스가 있는 것이 되려 어색해지는 것이다. 1줄 ~ 2줄 단위로 자막의 길이를 자르고 하단에 효과없이 보여주는게 가장 몰입감을 올리는 방식인 것이다. 자신의 언어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자막 없이도 이용할만큼 텍스트의 비중이 줄고 사운드와 그래픽의 비중이 커졌다.

몬스터헌터 월드

영화 자막과 마찬가지로, 이 단계의 대사 UI 에서는 텍스트 스타일을 신경쓴다. 글씨 크기, 색, 자간, 아웃라인 여부, 스타일 등을 엄중히 결정한다. 각 게임마다 어울리는 디자인을 채택하여 보여준다. 글자는 보려면 잘 보이고, 안보려면 안 보이는, 안경 테두리와도 같은 조건을 지니고 보여진다.

의도에 맞게 섞어쓰기

위에서 다룬 것들 외에도 여러 방식이 있다. 다들 자신의 게임에 최적인 디자인을 선택해서 게임을 만들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방식을 쓰기 어려운 게임들도 있다. 컷씬과 플레이가 엄연히 구분되는 경우, 둘의 연출이 완전히 다른 경우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게임에서 고정대화창을 사용한다. 그러나 컷씬은 만화영화같다. 이런 컷씬 연출방식에 고정대화창의 비중은 너무 부담스럽다. 그래서 컷씬의 경우에만 영화자막 방식을 사용하였다.

막간으로 사운드

앞에서는 텍스트 대사만 봤는데, 대사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운드에 대해서 짧게라도 말하려고 한다. 사운드는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잘 아는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다.

대사에 사운드를 더하면 말 하는 중이라는 설득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캐릭터와 상황에 이입되기 쉽다. 시각보다 청각의 전달력이 강하다는 점도 사운드를 사용할 시에 강점이 된다고도 한다. 사운드를 어색하지 않게 넣는다면 높은 확률로 몰입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대사를 전달하는 사운드 방식은 아래의 네가지를 많이 경험하였다.

  1. UI 이펙트 음 (다 동일된 음으로 처리)
  2. 알 수 없는 대사 (대사가 아니지만 규칙있는 아무말)
  3. 뭉게진 대사 (기계음에 가까움)
  4. 올바른 발음 (대사를 정확히 읽어줌)

문득 보면 올바른 발음이 무조건적으로 좋을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캐릭터가 사람이라면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얼마나 또박또박한지, 누가 연기한 것인지가 관건이 되겠지만, 아닌 경우에는 되려 뭉게진 말이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호감일 수 있을 것 같다.

할로우나이트

할로우나이트는 곤충들의 목소리가 대사와 함께 나온다. 덕분에 그 캐릭터의 성격이나 감정이 사운드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분명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임에도 말이다.

사운드 또한 대사가 중요한 게임에서는 눈여겨 보아야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케이스를 긁어모으면서 느낀 거지만, 대화창의 종류… 참 많다. 🤨 내가 해 본 게임에서만 골랐는데도 이렇게 다양하니, 더 다양한 대화창들이 있겠지-생각하면, 까마득하다. 더 보면서 배워나가고 싶기 때문에 앞으로의 분석글은 거진 케이스 분석이 될 것 같다. 어서 내 생각을 확신에 차 고스란히 보여주며, 내 게임을 예시로 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이번에 대화가 자주 등장하는 게임을 만들면서 몇가지 시안을 고민했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생각 정리를 한 번 할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