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예술적인 게임은 무엇인가?
- 흔히 말하는 예술적인 게임
- 예술적인 경험
- 게임 요소에서 예술 추구하기
예술적인 게임은 무엇인가?
‘예술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아마도 모든 게임개발자가 품고 있는 꿈일 것이다. 예술적인 게임은 무엇인가? 그것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우리는 이에 대한 것들을 함께 고민해보아야 한다.
아마 자신이 많은 게임들을 즐기는 게이머라면, 예술적인 게임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적은 없어도 게임 안에서 예술을 찾은 경험은 있을 것이다. 그래픽이 아름다운 게임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인기를 끈다.
<그림 1>은 ‘RAYARK’의 ‘DEEMO’라는 리듬게임이다. 너무 좋은 노래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게임 안의 그래픽으로 리듬게임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이 생겼고 크게 인기를 끌었다. 다운로드 수 500만 이상, 리듬게임 이야기가 나오면 늘 빠지지 않는 유명 게임이 된 것이다.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게이머는 게임 안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이렇게 게임 안의 예술을 찾는 게이머들을 위해 게임시장은 게임 안의 아름다움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게임은 아름다운 그래픽, 게임 속 세상을 생생히 전해주는 사운드, 그리고 플레이어가 한 공간에 존재함으로써 만들어진다. “플레이어가 만들어진 예술 작품 안을 탐방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플레이어가 하는 행동에 따라서 게임은 다양한 예술 작품을 보여주고, 플레이어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서 움직인다. 게임이 사전적 의미로 예술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게임은 예술로써 기대를 받고 있다.
게임에서의 예술적 경험은 무엇인가, 게임에서 예술적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어떠한 세부 요소들을 생각해야 하는가? 게임 개발진들이 거쳐야 하는 생각 중에 하나이다. 이 글에서 이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풀어보고자 한다.
흔히 말하는 예술적인 게임
예술적인 게임이라고 하면 당연히 다들 아름다운 게임을 떠올릴 것이다. 아름다운 그래픽 속에서 많은 컨트롤을 요구하지 않고 모험하는 게임인 ‘ABZU’와 ‘JOURNEY’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게임 조금 해봤다 하는 게이머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 힐링 게임들은 ‘아름답다’라는 한 마디로 소개되곤 한다.
‘ABZU’는 바다 안의 세상을 탐험하는 모험형식의 게임이며, ‘저니’는 모르는 유저 한 명과 매치되어 함께 사막과 유적등을 지나는 여정을 떠나는 협동 게임이다. 두 게임 모두 선형적인 게임 진행방식으로 멋진 그래픽을 구경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어렵지 않은 조작과 퍼즐이 그래픽을 보여주는 데에 힘을 보탠다.
두 게임은 화사한 그래픽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운드로 게이머들을 현혹시킨다. 파스텔 톤의 배경과 다양한 색으로 디자인된 오브젝트들, 밝고 화사하게 표현되는 빛은 감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아름다운 게임에는 당연하게도 ‘예술적이다’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단순하게 게임 뷰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게임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가 그것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텍스트 없이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위 게임들은 적은 UI, 이팩트 음 마저 음악으로 느껴지게 하는 사운드 등 게임 상황을 설명해주는 도구들을 최소화하였고, 화면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예술적인 화면 구성은 이렇게 연출의 측면에서 많은 연구가 된 게임만이 내보일 수 있다.
예술적인 게임은 단순하게 보면 그래픽과 시스템이 예술 작품과도 같은 것을 말한다. 하지만 사운드가 클래식 음악과도 같은 전율을 준다거나, 연출과 화면의 동선이 아름답거나 하는 다양한 컨셉들도 예술적인 게임에 포함된다고 본다. 우리가 예술적 게임이라 부르는 게임들은 플레이어의 감각을 사로잡고 게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예술적인 경험
게임에서 예술적 경험이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 것일까? 예술적 경험은 쉽게 말하면 플레이어가 ‘와, 하나의 작품을 보는 기분이야.’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순간이다. 처음보는 공간의 아름다운 정경을 멋진 음악과 함께 보여주는 순간, 플레이어의 조작으로 인해 예술작품들이 완성되어서 보여지는 순간, 이 순간 순간들에 플레이어들은 감동하게 된다.
<그림 4>는 게임 ‘고로고아(GOROGOA)’의 플레이 화면이다. 고로고아는 기본적으로 터치와 드래그를 이용한 퍼즐게임이다. 아마 다들 학생시절 책에서 한 번 즈음은 액자 식 연출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자동차의 문, 창문의 프레임 밖에 보이는 장면을 또 하나의 화면이라 생각하고 연출하는 것이다. 이 게임은 그 요소를 이용하여 퍼즐게임을 구성하였다. 액자를 떼어내면 그 화면 안의 세상이 현실 세상이 되고, 액자를 다른 세상에 붙이면 그 세상은 액자 속의 화면이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가며 게임을 진행한다.
총 네 개의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게임은 위에서 설명한 조작 방식을 제외하곤 그 어떠한 컨트롤을 요구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퍼즐을 풀어내면 애니메이션과 같은 연출을 통해서 게임을 다음 챕터로 진행시키고, 플레이어는 다음 퍼즐을 풀어나간다.
이 게임은 1인 개발 게임이다. 자신이 의도한 느낌을 혼자서 그림, 개발, 사운드, 스토리텔링까지 하여 담아내었기 때문에 게임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더 확실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 게임은 게임 안의 모든 요소가 서로 동떨어져 보이지 않는 조화로움을 자랑하는 게임이다.
고로고아는 동화책을 넘기며 미지의 세상을 찾아가는 분위기를 담고 있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담아내며 플레이어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많은 것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BRAID’ 개발자가 만든 이 게임은 전작과도 같게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하는 퍼즐게임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하나 만들어 놓고, 그 세상 위에 위트니스만의 퍼즐들을 잔뜩 뿌려 놓았다. 이 게임 또한 아름다움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로우폴리건을 이용하여 단순화 되었지만 조화로운 색 조합으로 아름답게 배치된 물과 나무들, 진짜 그 세상을 걷는 것 같은 다양한 발소리들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아름다운 예술 작품 속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게임 속의 세상은 어떠한 설명으로도 설명되어 있지 않고, 그저 퍼즐과 풍경이 존재할 뿐이다. 게임 안의 아름다운 풍경은 그 자체로 퍼즐의 중요한 힌트가 되기도 해, 플레이어가 자연물들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게임 안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순간이 게임 시스템과 퍼즐의 방식 때문에 생겼다
.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예술적인 순간이 그 어떠한 군더더기 없이 보여지는 게임 속 화면은 플레이어에게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간다.
The Witness 속 사람들은 모두 돌이 되어있다. 건물들은 비어 있고, 시설들은 운석이라도 떨어진 양 무너져 있다. 평화로워 보이기만 하는 이 세상에는 스토리가 들어있다. 그러나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이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주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그저 그런 상황들과 장면을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예술은 말하지 않는다.
미술 작품이던 오케스트라 연주이건, 예술 작품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득 채워주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 직접 말해주지 않는다. 게임도 그렇다. 게임 안의 예술은 우리에게 하나하나 조목조목 가르쳐 주지 않는다. 아무런 설명없이 플레이어가 감동할 수 있게 만드는 그 순간이 예술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요소에서 예술 추구하기
지금까지 예술적인 게임이 어떤 게임을 말하는지, 게임 안에서의 예술적인 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제는 게임의 구성 요소가 예술적 경험을 주기 위해서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할지 이야기해보려한다.
시각적인 예술
예술적 경험은 앞서 말했 듯, 그래픽이 훌륭한 것 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시각적인 예술적 경험에서 그래픽은 빠질 수 없다. 시각적인 예술을 추구하기 위해 고려되어야 할 첫 번째 세부요소로는 “형태”를 뽑겠다
플레이어블 캐릭터(PC)의 모습은 플레이어가 게임 안에서 가장 처음 마주하는 것이기도 하며, 가장 많이 마주하는 것이다. 물론 ‘The Witness’처럼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보이지 않고 1인칭 관점에서 게임이 진행된다면 이 요소는 해당사항에 들어가지 않는다. 1인칭 관점의 게임인 경우에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외관적 디자인이 아닌, 기획 디자인에 배로 힘을 써야할 것이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배경과 형태적인 조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림 3>에서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저니’의 캐릭터는 넓게 퍼지는 옷을 입어 삼각형의 형태를 하고 있다. 배경도 많은 것들이 삼각형의 형태를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조형물들은 사각형, 삼각형 등의 각진 도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이처럼 형태의 조화가 가져오는 전체적인 안정감
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시각적 예술을 추구하기 위해 두 번째로 고려되어야 할 세부 요소로 말하고 싶은 것은 빛과 색이다.
‘저니’의 캐릭터 색은 붉은 색으로 눈에 잘 띄는 색을 채택하였다. ‘저니’의 배경은 사막, 동굴 안, 어두운 유적, 설원, 맑은 하늘 등 다양하게 등장하지만 이는 모두 캐릭터의 색을 삼키지 않는 색의 조합이다. 애매하게 어울리지 않는 색이 아니라 완전한 대비 혹은 완전한 조화로 이루어진 게임의 컬러 팔레트 덕분에 캐릭터는 배경에서 분리되어 잘 눈에 들어오면서도 이질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 더해서 의외로 쨍하지 않은 채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파스텔 톤의 조합은 사람으로 하여금 신비롭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림 6>의 게임은 ‘Ori와 눈 먼 숲’이다. 이 게임의 중요한 오브젝트는 빛으로 캐릭터는 빛을 이용해 싸우며, 캐릭터 자체가 빛을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어두운 배경이 주로 펼쳐지며 이 가운데 흰 색의 캐릭터는 푸르고 밝은 빛을 두르고 있다. 이 빛은 영롱하며 캐릭터가 가는 곳마다 화려하게 비춘다.
빛 덕분에 게임 화면에서 캐릭터로 이목이 집중되고 푸른 빛에 의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받는다. 더해서 게임 안에서는 자세한 설명 대신 소설에 나올 듯한 추상적인 대사로 상황을 비유적으로 말해주어 게임 자체를 하나의 책과 같이 보이게 만든다. 이것들을 통해 플레이어는 예술 작품을 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픽에서 시각적인 예술을 추구하고 싶다면 반드시 위 두 개의 요소를 깊게 고민해보아야할 것이다.
시각 외의 예술
시각 외적인 부분에서도 당연히 예술을 추구할 수 있다. 사운드와, 스토리, 문장과 단어로도 예술은 탄생하며, 그래픽의 힘 없이도 감동을 줄 수 있음은 분명하다.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분위기이다. 게임에는 저마다 분위기가 존재한다. ‘데빌메이크라이’는 가볍게 우스운 분위기로 게임을 진행하고, ‘몬스터헌터월드’는 묵직하고 도전적인 분위기로 게이머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이러한 수많은 분위기들 중에 예술적이라는 인식을 주는 분위기를 특정 짓기는 어렵지만, 굳이 뽑아보자면 ‘신비로운 분위기’의 비율이 높은 것 같다.
그러나 어떤 분위기인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게임 안에 하나의 분위기만 존재하지는 않으며, 분위기가 전부라면 모든 예술적 게임은 동화같아야만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말이 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분위기를 보여주느냐, 얼마나 충실하게 게임의 요소들이 그 분위기 연출에 함께하느냐.
이다. 한 가지의 요소만이 열심히 분위기를 호소해봤자 소용이 없다. 카메라 워크, UI, 사운드, 이 모든 것들이 분위기를 함께 연출해야만 플레이어가 게임의 메세지에 순수하게 집중할 수 있다.
<그림 7>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캐릭터가 혼란스러운 상태일때 긴장되는 브금과 함께 UI도 함께 떨린다. 카메라 워크도 기울어져 있거나 다소 흔들리기도 하며, 시선이 움직이는 듯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경우도 있다. 생각이 혼란스럽고 상황이 어지럽다는 분위기가 게임 안의 요소들로 총동원되어 예술적인 연출이 되는 것이다. 이 게임 또한, 영화같은 카메라, 실사같은 그래픽으로만 예술적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라 세밀한 고민이 크게 녹아있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이 순간을 분석적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눈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감탄한다. 화면 앞에 펼쳐진 게임 세상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게임 안의 텍스트나 보이스가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면 게임 자체가 플레이어에게 주는 예술적인 타격이 반감된다. 무엇인지 모를 이야기, 말이 없는 장면이 예술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예술이라고 말하며 해석하고자 하는 순간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재미없는 해설은 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임팩트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최소화한 정보를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 모든 요소들이 함께 전달하면 그 전율은 말로 담을 수 없을 정도다. 내가 이 순간을 느꼈다고 생각한 게임은 <그림 8>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장면이었다.
음악이 나오며 카메라는 링크의 뒤에서 앞으로 여행 할 세상을 담는다. 잔잔하면서도 웅장한 노래가 들려오며, 어딘가 적적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기분을 만들어준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스토리에 대한 긴 설명은 없다. 노래와 대사, 카메라, 이제 막 입은 허름한 옷, 링크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 등이 이 분위기를 함께 구성한다.
고로고아는 게임 안에 텍스트나 보이스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그래픽과 연출, 화면의 구성으로만 게임의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이 특별한 스토리텔링 기법이 이 게임을 더 예술 작품으로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이다. 솔직히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없다면 이 게임이 말하는 바를 전혀 알 수가 없다. 퍼즐만 풀어도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고로고아는 더 깊게 생각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해석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인 그림들, 추상적인 스토리의 보여지는 방식이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외에도 예술적이라 불리는 수많은 게임들은 이렇게 부가적이고 사사로운 설명 없이 플레이어에게 게임 안의 세계를 해석할 기회를 준다.
그 다음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UI이다. UI는 게임을 더욱 게임같이 보이게 하는 요소이다. 주로 방치형, 수집형 게임의 UI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RPG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버튼들이 게임과 플레이어 사이에 위치해 현실감을 줄인다.
UI파트는 시각적 요소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전 단계의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각 외의 예술로 분류했다.
정보만을 전달하는 UI는 최소화하는 것이 게임을 더 작품으로 보이게 한다. UI도 따지고 보면 설명에 해당한다. 플레이어에게 많은 정보를 쉬운 방법을 통해서 전달하는 방식인 것이다. 물론 UI의 역할이 정보 구성만이 아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페르소나 5’는 괴도의 화려함과 간지, 게임의 메인 컬러, 자유와 반역의 의지라는 게임의 테마를 UI에 잘 녹여내어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정리하자면, UI에 게임의 테마를 녹여내던가, 아니면 간추리던가가 포인트라고 말하고 싶다. UI는 게임 월드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The Witness는 UI가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다. 게임 자체로 플레이어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전해줄 수 있는 것이다. 부가적인 요소를 전혀 쓰지 않고 플레이어가 감탄을 내뱉게 하는 것, 이 게임이 예술적인 게임으로 거론되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이런 식으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 디자인(기획-디자인이라 부르면 헷갈려하는 사람이 있어서 덧붙이겠다.)이 정말 정교하게 되어야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것은 UI에서 잠깐 언급한 테마이다. 게임에는 당연히 스토리가 들어있다. 짧던 길던, 자세하던 가볍던 게임은 하나 이상의 스토리를 지니고 있고 플레이어는 그 스토리 경험하게 된다. 이 스토리는 ‘테마’가 없다면 결코 좋은 스토리가 될 수 없다.
예술적인 게임은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형태의 조화, 빛과 색의 조화가 훌륭해야 하며, 그 분위기가 게임 그래픽 자체로 보여야 함과 동시에 UI 등의 게임 월드 외적인 요소를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게임에 ‘테마’가 없으면 다 소용없는 요소들이다. 게임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 말하고자 하는 테마가 있어야 게임은 완성될 준비를 한다.
테마가 없는 게임은 미완성품이다.
‘JOURNEY’같은 경우에는 여정 속, 우연한 만남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보는 여행자와 함께 여정을 떠나며 보이는 풍경에 늘 들어있는 동반자는 홀로 보는 풍경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추억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며 하나의 앨범에 꽂혀 있는 사진을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심지어, 알고있는 사람도 아닌, 그저 동시에 게임에 접속한 누군가와 만나는 것이다. 친구와 떨어지면 또 다른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여정 속의 만남을 게임 디자인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원글은 여기까지였지만,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조금 더 추가한다.
예술적인 게임을 연출하는 데에 큰 작용을 하는 ‘텍스트’에 대한 언급을 하고 싶다. 대사는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잔가지를 잘 쳐내야 한다. 너무 동떨어진 대사여도 안되지만 어느정도 멀찍이 돌려 말하는 대사는 큰 여운을 준다. 대사가 게임의 예술성에 이바지한다는 말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대사를 만드는데에는 이렇다 저렇다 할 확실한 말을 고르기 어렵다. 어떨 때는 두루뭉실 떠있는 말이, 어떨 때는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말이 게임의 스토리에 큰 여운을 남기는 명대사가 된다.
제목 또한 텍스트이기 때문에 고려해야할 요소 중에 하나가 된다. 제목 짓는게 제일 어려워요.
너무나 자주 듣는 말이다. 당연한 일이다. 중요하기 때문에 대충 짓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이름과 제목은 하나의 단어만으로도 큰 의미를 내포한다.
이 의견을 준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Witness 는 목격자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게임 안의 많은 요소들에게 별 다른 설명없이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Journey의 경우에는, 여행자라는 단어 하나로, 게임에서 큰 설명없이 “여행한다”는 느낌을 느끼게 해준다. 아마 이 제목이 없었다면, 앞에 펼쳐진 세상이 여행할 길이라는 사실을 다른 방법으로 전달해야 했을 것이다.
텍스트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보겠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어우러져 예술적인 게임이 탄생한다. 가슴을 뛰게 만들고, 게임의 순간 순간을 기록하게 만드는 게임이 된다. 말없이 우리 가슴을 울리는 게임. 그런 게임을 예술적이라 평하고 싶다.
이런 게임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예술을 마주하게 해준다.